종이 한 장1116분
살아있다면 죽음과 가깝다. 정반대에 있을 수록 가깝다. 생은 종이 한 장 같은 것이라, 앞면과 뒷면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다만 뒤집으면 도로 엎을 수 없는 종이. 그 끝과 끝이 분명한 것을 한 쪽을 잡아 한 바퀴 꼬아 다른 한 끝과 연결시키면 앞면이자 뒷면이 된다. 이런 것을 뫼비우스의 띠라고 한다는 것을 근래에 배운 적이 있다. 제법 흥미로운 모양새였다. 앞이자 뒤이며, 살아있으며 죽어있는 것. 삶과 죽음이 중첩된 상태라는 것은 겉보기엔 즐겁지만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물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한 장이라 부를 수 없게 된 종이는 제 용도를 잃는다. 앞면도 뒷면도 될 수 없는 것에게 마음을 묻는다면, 아마도ー.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해가 진 뒤의 출진이었으니 해가 뜬 이후에..